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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
그 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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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일학년때 국어선생님은 교과서에 나온 시들을 모조리 외우게 했다. 확인하기 위해서 시험도 쳤다. 난 그냥 공부려니 생각하고 억지로 외워가긴 한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국어시간에 배운 것들 중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건, 아니 내 맘속에 그나마 문학으로 자리잡고 있는 건, 아니 내 기억속에 그나마 가치있는 우리말로 남아있는 것은 그때 외운 시 몇편이 전부다. 그 시몇편이 내 삷을 더 다채롭게 만들고, 한번 잠깐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주며, 가끔은 멀리 저 기억속으로 나를 전이시킨다. 국어선생님의 의중을 지금에 와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내친김에 선생님들 얘기를 더 하고 싶다. 자주 중학교때 선생님들 생각을 하곤 한다.
난 서울끝자락에 신설된 공립중학교의 일회 졸업생이었다. 시설이나 여러 교육여건들은 사실 형편없었다. 지금으로부터 25년전의 서울 변두리를 생각해보면 뭐 뻔한거 아닐까. 그런데 선생님들은 달랐다. 어디서 그런분들이 오셨는지 지금 생각하면 신기할 정도다. 어릴적이었는데도, 선생님들의 말씨와 행동들에서 깊은 품위와 격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기억들을 일일이 다 글로 옮기고는 싶지만 어떻게 표현을 할지 몰라서 사실 못 쓰겠다. 어찌되었든 선생님들의 깊은 격과 권위는 내가 닿을 수 없는 높은 곳이었음엔 분명했고, 그 높은 곳을 향한 시선엔 분명히 배움이라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참 멋있었다. 항상 양복차림에 단정한 머리모양, 수업끝종이 울리면 교편과 출석부와 책들을 챙겨 나가시던 믿음직한 뒷모습들.. 무엇보다 모두들 열심히 우리를 가르쳐주셨다. 선생님들의 교육자로서의 소신과 직업의식, 제자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 난 좋은 중학교를 다녔던 것이다. 아쉽게도 선생들님에 대한 좋은 기억은 그곳이 거의 마지막이다. 고등학교? 아니다.. 대학교? 아니다.. 대학원? 아니다.. 예외는 좀 있긴 하지만..
시얘기 할려다가 잠깐 비꼈는데, 지금 중고등학교 국어수업이 어떠한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풀기위한 기술을 배우고 있을거란 것은 분명하다. 학생들은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소설들의 줄거리 외우기에 바쁠것이다. 시들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시들의 주제, 소재, 표현 등등 외우기에 바쁠 것이다. 문학이 과연 무엇인지, 아니 그전에 책읽의 즐거움과 앞으로 어떤 책을 읽어나가야 하는지를 가르치지는 않을 것이다. 독서와 함께 사고와 비판을 깊고 넓게 만들어가는 벙법은 가르치지않을 것이다. 아니 그전에 소설 한권, 시 한편 편하게 감상할 시간도 안 줄 것이다.
어느 글 한줄을 통한, 음악 한곡을 통한, 그림 한폭을 통한 감동의 경험 없이는 인문학도 없고 예술도 없고 과학도 없다. 우리의 정서도 문화도 보잘 것 없어진다. 창의성 또한... 한 나라의 매력, 한 나라의 품위는 수출입량이나 국민소득으로만 가지고는 설명될 수가 없다. 어설픈 간판정리나 이러저러한 타이틀의 거리조성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어릴적 풍부한 독서경험은 인문학적인 소양과 과학적인 호기심, 에술적인 창의성을 길러내는 것이며, 다양한 문화체험은 꿈을 발견하고 행동으로 옮기게 한다. 뭐든지 기본이 되야 다음단계로 수월하게 가는 것이다. 또 딴데로 흘렀다. 내가 좋아하는 시 한편이다.
동쪽 바다 가는 길 도화 만발했길래 과수원에 들어 색을 탐했네 이 봄에도 이 별엔 분분한 포화, 바람에 실려 송화처럼 진창을 떠다니고 일생토록 나무 없는 사막에 물 뿌린 이도 있었으니
김선우, 도화아래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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